지난 8월 29일, 전 세계 곳곳의 레스토랑에서 비밀스러운 레시피 실험이 이어졌다. 서로 다른 레시피를 무작위로 교환해서 재해석하는 팝업 이벤트인 ‘젤리나즈’가 2년 만에 다시 열린 것. 국적과 문화, 장르 불문 창의성 높은리 믹스 메뉴들로 가득한 미식 투어로 초대한다.
7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유명 푸드 저널리스트인 안드레아 페트리니ANDREA PETRINI로부터 흥미로운연락을 받았다. 바로 8월 29일, 프랑스의 작은 항구도시인 시부르CIBOURE에서 젤리나즈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
젤리나즈는 2005년, 안드레아와 함께 전설적인 이탈리아 요리사 풀비오 피에란젤리니FULVIO PIERANGELINI를 주축으로 기획된 팝업 다이닝 이벤트다.
다양한 셰프들이 함께 모여서 창의적인 영감을 주고받기 위해 시작된 싱크탱크로, 2007년부터 팬데믹 이전까지는 전 세계에 걸친 연례행사로 진행되고 있었다.
내용은 세계 곳곳의 레스토랑이 서로의 레시피를 랜덤으로 교환하고, 각자 자유롭게 재해석한 메뉴들로 선보이는 것. 참가한 요리사들은 8가지 코스 메뉴인 ‘매트릭스MATRIXES’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는데, 행사가 끝난 후에야 오리지널 레시피의 출처를 알 수 있게 된다. 셰프가 아닌 레시피 교환을 통해서만 미식 월드투어가 진행되는 셈이다.
2019년 월드투어 이후, 2년 만에 개최된 젤리나즈 이벤트 테마는 바로 ‘사일런트 보이스 투어SILENT VOICE ON TOUR’다. 약 3백 명의 요리사와 33개의 도시가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로 작년 12월에 시작한첫 번째 에디션에 이어서 두 번째 에디션은 8월 29일 홍콩, 서울, 도쿄, 시부르, 런던,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20개 도시가 참여해 진행됐다.
이벤트 당일, 나는 프랑스 시부르에 위치한 레스토랑 <쉐즈 마틴CHEZ MATTIN>에 참석하게 되었고 식사는 오후 2시에 시작해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스케줄이었다.
메뉴는 8가지 코스와 함께 그 반대 순서로 진행되는 또 하나의 코스로 총 16가지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미스터리한 원작 셰프와 이를 재해석한 8인 셰프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이자 경영자인 매튜 타야드MATHIE ROSTARING-TAYARD를 비롯해 미헬 니쿠엘MICHEL NIQUET, 행사를 위해 밀라노에서 온 요지 토쿠요시YOJI TOKUYOSHI 셰프를 주축으로 총 80명의 손님을 대상으로 선보인 행사였다.
메인 메뉴로나온 육즙 가득한 숯불 그릴 양고기 스테이크와 더불어 트러플 리조또를 맛볼 수 있었고 스타트 메뉴로 나온아몬드와 마스카포네를 곁들인 비트 샐러드와 함께 연어 타코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오리지널 레시피의 정체는 바로 멕시코 셰프인 세리고 메자SERIGO MEZA의 것. 이를 <쉐즈 마틴> 팀원들이 바스크&이탤리언 트위스트를 가미해 색다르게 선보였다.
이처럼 이틀 정도의 짧은 준비기간 동안 셰프들은 레시피를 재해석하고 즉흥적으로 창작하는 과정을 겪으며 손님들에게 흥미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매튜는 젤리나즈에대해 “여러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서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요리하는 예술적인 프로젝트입니다.”라고 설
명한다. 즉, 젤리나즈는 모든 문화적, 지리적 장벽을 허물어주는 용광로와도 같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 장르와 상관없이 모든 참여자가 요리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축제의 장인 것이다.
올해 연말까지 세 번째 에디션을 끝으로 이번 테마는 마무리되고, 내년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주제와 레스토랑들로 펼쳐질 젤리나즈를 기대하게 된다.
Food Journalist
바네사 영VANESSA YEUNG
홍콩의 유명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라디오 및 TV 쇼 진행자.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미식과 관련한 이슈를 책과 글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출처] 젤리나즈, 미지의 레시피를 교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