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소비자들 사이에서 식품을 구매할 때 안전과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베트남은 모순 기후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하고 강우량이 많은 나라이다. 이러한 기후 환경으로 인해 식품의 보관 및 이동에 열악할 수밖에 없다. 또한, 주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로 식품을 배송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 외부노출로 인해 쉽게 변질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외신을 통해 베트남의 식품 비위생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국민의 식품 건강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나서며 변화하고 있다.
적신호 켜진 베트남 식품 위생환경
위엔 티 킴 티엔(Nguyen Thi Kim Tien) 전 보건부 장관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베트남 식품 위생 적발 사례는 11만 6258건에 달했다. 그 중 4만 1229건에 벌금 3만5000달러가 부과됐다.
작년 12월에는 하노이 서북쪽의 메린 구의 냉동고에서 한국 제품으로 라벨링된 유통기한이 1년 지난 스모크 치킨 닭다리 25톤이 발견됐다. 올해 1월 베트남 북동부 끝의 랑선 성에서 원산지 증명서류 및 송장을 구비하지 않은 채 300kg의 냉동 치킨 및 돼지고기를 하노이로 운반하는 승객이 체포되기도 했다.
베트남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0월 말 기준 76건의 식중독 사례가 발생했으며, 1950명이 내원했고 8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식품 안전 위반 사례는 계속 발생하나 이를 처리할 법적 제재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엄격한 식품 규제 및 검사가 이뤄지나 내수 소비를 주목적으로 소규모 농가에서 생산하는 식품의 경우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법적으로 금지된 물질과 과도한 항생제가 남용되고 있다
풍 덕 띠엔(Phung Duc Tien) 농업 농촌 개발부 차관은 2019년 12월 식품안전운영회의에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중앙기관 및 지방조직 간 식품 안전에 관한 정보 공유를 강조했다. 운영위원회는 식품안전법에 대한 새로운 법 개정안을 발표할 것이라 전했다.
건강·안전한 음식에 대한 소비자 의식 고조
베트남 내에서도 음식으로 인한 질병 및 식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중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부터 베트남 공영 방송 ‘VTV1’에서 방영한 'Say no to contaminated foods'은 안전식품 문화 정착의 필요성을 담은 내용 7분 이내의 뉴스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통합 정보분석기업 닐슨의 2019년 상반기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4%가 주요 관심사로 '건강'을 꼽았다. 이는 ‘근무 안정성’과 더불어 베트남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건강을 선택한 응답자 중 86%는 식품 구입 시 건강을 위해 유기농 제품이나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타티스타(Statista)가 2019년 실시한 베트남 유기농 제품 구매에 관한 설문조사을 보면 전체 응답자 중 62.65%의 응답자가 ‘유기농 제품을 자주 구매한다.’고 답했다. 현재 베트남 33개 주에서 60개 이상의 사업체가 유기농 개발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유기농 재배지역은 2010년보다 3.6배가 증가한 7만6600h에 달한다.
식품 안전 강화 나선 베트남 정부
베트남에서는 1999년 ‘식품 안전 및 위생을 위한 운동’이 처음 시작됐고 그 이후로 매년 식품 위생에 관한 캠페인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도 4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한 달간 ‘식품 생산에 대한 법을 엄격히 준수하자’라는 주제로 전국적인 캠페인이 개최될 예정이다.
베트남 시장에서 사용되는 식품 품질관련 인증은 국제 인증인 HACPP( Hazard Analysis), GMP와 자국 인증 VietGAP 3가지이다. VietGAP 인증을 받은 상품에는 생산 지역명과 VietGAP 트레이드 마크가 새겨진 그린라벨이 부착된다.
중남부에 있는 람동성 내 달랏시 지방인민위원회는 작년 4월 달랏 특산품의 원산지를 추적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제품에 고유한 일련의 바코드가 부착되면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품질 및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각 상품에는 VietGAP 기준이 적용되며, 생산 공정에서 화학 물질 및 항생제 사용을 통제한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비위생적인 음식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며 각종 식품 안전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는 중이다. 소비 패턴 역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소비자들이 고가임에도 유기농, 친환경 식품을 찾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