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인터뷰] 한국형 식물성 단백질의 현재와 미래

전남배 농심 소재가공 연구팀장을 만나다

 

 

지난해 1월 출시한 농심의 식물 기반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은 현재 어떤 제품들로 구성됐나?

 

출시 전까지 연구 기간이 꽤 길었다. 2017년 대체육 연구를 시작해 5년 이상 연구를 해온 만큼 상당히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각종 제품들로 구성됐다. 식물성 소고기, 돼지고기, 닭 고기, 달걀, 치즈와 같은 기초 소재성 식품들과 이들을 활용한 떡갈비, 함박스테이크, 만두, 탕수육, 마요네즈, 소스류, 떡국 등 다양하다.

 

출시 당시에는 식물성 대체육 2종, 조리냉동 식품 4종, 소스 양념 7종, 식물성 치즈 2종, 즉석 편의식 3종 등 총 18종을 선보였는데, 현재는 조리냉동 식품인 만두 4종, 소스 2종을 추가해 총 24종의 제품이 시판되고 있다.

 

시판 제품보다 연구 제품이 훨씬 더 많았다고 들었다. 연구한 제품들은 어떤 의사결정 단계를 거쳐 출시되나?

 

대체 식품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만큼, 의사결정 단계를 조금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R&D에서 개발한 제품은 마케팅에서 사업성을 판단하고, 조금이라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출시한다.

 

최소 요건으로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에 따라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성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각각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유통하는 업체들은 있어도, 우리처럼 대체육, 소스, 치즈 등 다양한 품목을 운용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

 

농심은 이러한 강점을 십분 발휘해 개발한 제품들을 다양하게 조합해 비건이 아닌 일반 제품들과 비교해도 맛, 식감,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제품과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베지가든 식물성 대체육의 주요 재료와 가공 과정은 어떠한가?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도 궁금하다.

 

대체육의 주요 원료는 콩류다. 주로 대두와 완두가 활용된다. 코코넛 오일과 같은 식물성 지방도 필수다.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 타깃 고기의 종류, 부위별로 다양한 분석을 진행한다. 서로 다른 맛과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아미노산, 당, 지방 등을 고온 고압으로 반응시켜 조합해야 한다.

 

어떤 아미노산을 활용하고 어떤 당, 어떤 지방과 결합하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을 반응시킬지 등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지게 된다. 영양 성분, 맛, 향, 조직감, 육즙 등의 항목에서 적합한지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부족한 항목이 있다면 대체 소재를 찾거나, 경우에 따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찾거나 만든 소재들을 다시 재조합하고 밸런스를 맞춘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작업이다 보니 개발 과정 중 희로애락이 많다.

 

대체육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IGH MOISTURE MEAT ANALOGUE) 공법으로 차별화했다. 어떤 기술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혹시 콩고기의 맛을 기억하는가? 나는 1980년대에 콩고기를 처음 먹어봤는데, 고기와 질감은 비슷했지만 맛은 확실히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콩고기가 1세대 기술이다. 물을 혼합한 단백 원료를 강한 열과 압으로 밀어내면, 단백질이 부풀어 고기와 유사한 조직이 생기는 원리다. HMMA는 1세대 제조기술을 발전시킨 것이다.

 

단백질을 부풀리는 대신, 냉각 공정을 통해 특유의 고기 결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의 조직감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직접 설계해 우리만의 맞춤형 설비로 안착시켰다. 현재는 소고기만 출시됐지만, 올해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출시 전이지만, 곧 공개할 제품들이 궁금하다. 출시 예정 제품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금년 상반기에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을 출시할 계획이다. 사전 품평회에서 소비자의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동물성 너겟류보다 식감이 좋고, 육즙도 느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주원료는 두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과 식물성 유지다. 닭고기 풍미도 직접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다른 식물성 치킨은 대부분 식물성 단백질 자체 그대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는데, 농심은 닭고기와 유사한 조직감, 맛, 향 등을 재조합하여 식물성 치킨육을 만들고 여기에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공정으로 식물성 치킨 프라이드를 만

 

든다. 이 과정에서 일반 제품들보다 식감과 맛이 좋아진다. 품평에 참가한 어떤 비건 소비자는 “비건 치킨 전문점을 차리고 싶다”고 말했고, “아예 비건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를 열어달라”고 부탁한 분도 있을 정도였다. 식물성 치맥 시대가 곧 도래할 것 같다.

 

다른 해외 브랜드의 식물성 대체육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별성과 경쟁력은 무엇인가?

 

글로벌 소재 회사에서 대체육에 필요한 주요 원료를 판매하고는 있다. 그걸 구매해서 배합하면 대체육을 쉽게 만들 수 있지만, 개발이 쉬운 만큼 해외 제품과 국내 제품의 차별성은 점점 없어질 것이다. 베지가든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기 유사 조직 소재, 풍미 소재, 맛 소재, 대체 지방 소재 등을 직접 개발, 생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R&D에 들어가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향후 대체육 사업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베지가든은 K-비건이라는 큰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떡갈비, 너비아니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메뉴를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타사와의 큰 차이점이자 강점이 될 것 같다.

 

식물성 치즈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주재료는 무엇이며, 치즈 고유의 맛과 향을 그대로 담은 비결은 무엇인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유럽의 식물성 치즈 외에는 구매하기가 어려웠다. 지난해에 베지가든 식물성 치즈를 출시하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아직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더욱 고민해서 동물성 치즈와 견줘도 맛과 영양 모든 측면에서 부족하지 않은 식물성 치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식물성 치즈의 기술 수준이 모두 비슷한 상황인데, 우리는 자체 연구를 통해 식물성 치즈의 단백 함량을 10%까지 올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올해 이 기술을 적용하여 베지가든 식물성 치즈를 리뉴얼 출시할 예정이다.

 

 

베지가든 출시 1년이 됐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성과는?

 

R&D에서 개발한 대체육을 토대로 2019년부터 약 1년여의 테스트를 거쳐 제품이나 사업적인 측면을 보완했다. 지난해 1월 농심의 식물성 대체 사업의 시작을 언론을 통해 발표한 후에 4월부터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처에 본격적으로 입점했다.

 

기존의 다른 회사와 달리 대체육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에 대해 유통업체나 많은 소비자들이 응원을 보내줘서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에서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비건 부문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체육을 만드는 소재들을 직접 개발, 생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R&D에 들어가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향후 대체육 사업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성 대체육이 트렌드라고 하지만, 아직 국내 소비시장은 벽이 존재하는 것 같다.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난해 브랜드를 출시했을 당시엔 비건이나 식물성 제품에 대해 기사 노출과 관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또한 해외 소비층에 비해 국내 수요가 한정적인 관계로 시장 진출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시장의 트렌드와 대체육을 비롯한 식물성 대체 사업의 가능성을 믿고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목표로 진출하게 됐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영국에도 농심 대체육 기술이 활용된 떡갈비, 너비아니, 탕수육 등을 수출하고 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해외 식품 박람회에도 참여해 한국형 대체육과 비건 제품들을 알리고 싶다.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올 4월 잠실에 오픈할 예정이다. 어떤 메뉴를 선보일 예정인가?

 

농심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다양한 식물성 대체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메뉴를 준비 중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대체육을 활용한 버거류, 라사냐, 식물성 치즈를 활용한 치즈 퐁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우리만의 메뉴가 아닐까 기대하고 있다.

 

B2B 사업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레스토랑과의 협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레스토랑과의 협업은 베지가든 초기 단계에서 진행했었다. 대체육, 소스를 토대로 수도권 비건 전문 레스토랑에 원료 메뉴를 제안하고, 20여 개 매장에서 베지가든 제품을 활용해 정식 메뉴로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서울 반포동의 <푸드더즈매터>에서는 민스를 활용한 버거, 파스타, 타코 등을 내놓았다. 기존 제품 대비 식감이나 맛의 우수성, 그리고 수입 제품에 의존했던 원료들을 베지가든으로 전 환하면서 많은 셰프분들이 좋아하셨다. 현재는 대형 급식 채널에서 베지가든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주요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2022년은 출시 이후 본격적인 베지가든의 원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베지가든은 변함없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고, 보다 많은 소비자가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과 홍보도 병행할 예정이다. 또한 K-비건 푸드로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할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전남배 농심 소재가공 연구팀장

농심 소재가공 연구팀은 기초소재를 활용해 식물성 대체육, 치즈, 달걀부터 콜라겐 등의 건강기능식품을 연구 개발, 제품화하는 부서다. 전남배 팀장은 2014년 농심에 입사한 후 8년간 연구개발 업무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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