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구 석촌역 2번 출구를 나와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가정집을 연상케하는 중식당 ‘진지아(軫的家)’가 눈에 들어온다. 갈색 벽돌로 된 외관과 이를 둘러싼 꽃과 나무가 들여가기 전부터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진지아는 우리말로 ‘형진이네 집’이란 뜻으로 최형진 오너셰프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그는 SBS ‘강호대결 중화대반점’, 생활의 달인 ‘중화요리 달인’ 선정, JTBC 쿡가대표 ‘중국편’ 우승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스타 셰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중식계에 입문한 최 셰프는 목란의 이연복 셰프의 수제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약 20년 동안 홍보석·피에프창 총괄셰프로 일하며, 제7회 세계 중화요리 대회 개인전 금메달, 국제중식조리명사 선정 등 경력을 쌓은 그의 목표는 한국 중식의 부흥기를 다시 한번 여는 것이다.
자영업자로 변신한 지 4년차다. 진지아는 어떤 매장인가
진지아는 중국 가정식을 선보이는 식당이다. 다양하고 맛있는 중식 요리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을 제외해 차별화를 뒀다. 대표 메뉴는 마라곱창전골로 전골식 마라탕에 직화로 구운 곱창과 야채, 건두부, 중국 당면이 더해졌다.
국내에서 마라 열풍이 불기 전 출시한 메뉴로 얼얼한 매운맛에 대한 고객 반응이 뜨거웠다. 마라 메뉴를 일찍 시작한 덕분에 웬만한 마라 요리 관련 인터뷰는 다했던 것 같다. 온라인 스토어를 열어 매장에서 직접 제조한 마라곱창전골 밀키트 상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선 해물 누룽지전골, 쯔란등갈비, 망고 크림새우, 통관자 가지볶음, 마장편 등 진지아 컨셉에 맞춘 중식 메뉴가 다채롭게 준비돼 있다.
매장 인테리어도 일반적인 중식당보단 카페에 가까워 보인다.
중식의 소비 연령층을 넓히고자 젊은 여성들이 방문하면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다. 실제로 20대~30대 젊은 여성들의 고객 비율이 높다. 우드톤으로 매장 색감을 통일하고 조도를 낮춘 은은한 조명으로 진지아의 톤앤매너를 맞췄다.
중식의 대명사인 짜장면을 빼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매출을 운영의 1순위로 뒀다면 짜장면, 짬뽕을 넣는 것이 맞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선택한 순간 ‘진지아’의 브랜드 컨셉이 흔들렸을 것이다. 중식의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짜장면이 들어가면 손님들이 다른 메뉴를 맛보지 않는 단점도 생긴다.
코로나로 운영에 타격을 받으며 고민을 했던 적도 있지만 현재까지 일관된 브랜드 컨셉을 잘 유지해오고 있다. 오픈 초기에 비교해 인지도가 올라가며 진지아 매장의 특징을 미리 파악하고 오시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피에프창의 총괄 셰프 출신이다. 미국과 한국 중식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국 중식은 주방장에 대한 의존도가 강하다. 그렇기에 시스템화가 되지 못했고 사람에 따라 맛이 흔들리는 문제가 컸다. 젊은 나이에 중식당의 총괄 셰프로 일하며 표준화된 매뉴얼 정립이 한국 중식의 나아갈 방향이라 생각했고,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때가 34살 무렵이었다.
피에프창은 미국 중식 브랜드로서 20여 국가에 진출했으며, 단일 브랜드로 1조 5천억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외식기업이다. 총괄 셰프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막내로 다시 들어가 그들의 시스템을 배우기 시작했다.
중식당 운영에 관한 모든 것이 매뉴얼로 정리돼 있고, 레시피는 세세한 부분까지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경험한 한국 중식과 차이가 명확히 다가왔다. 불 세기에 맞춰 들어가는 소스의 그램 단위까지 적혀 있으니 누가 만들어도 일관된 맛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진지아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는지
짜장면은 중국에서 유래됐지만 유일하게 한국의 100대 문화상징에 들어갈 정도로 국민 소울푸드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대는 급변했고 소비자는 새로운 트렌드에 눈을 떴는데 그동안 한국 중식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피에프창을 한국으로 들여와 7년간 전국에 매장을 오픈하며 운영 관리 및 소비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키웠다. 이제는 진지아를 통해 한국 중식도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작동하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나아가 세계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 중식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 젊은 나이부터 셰프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물려받은 한국 중식의 가치를 보전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