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맛남] 우리가 몰랐던 필리핀 퀴진

2016년 3월, 필리핀 마닐라의 세련된 중심지 마카티에 오픈한 <토요 이터리(Toyo Eatery)>. 필리핀 레스토랑과 미식계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이곳은 2019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등장하여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필리핀 셰프가 문을 연 현지 레스토랑으로는 처음으로 A50B 레스토랑에 등극하며 오너 셰프인 조르디 나바라(Jordy Navarra)는 필리핀 요리와 식재료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미식 전도사로 명성이 높다.

 

 

필리핀 요리 하면 일본에서는 편의점 브랜드 미니스톱의 광고로 익숙한 빙수 ‘할로할로(halo-halo)’가 유명하다. 역설적으로 제품이 너무 유명한 탓에 이것이 필리핀을 대표하는 디저트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할로할로는 필리핀어로 ‘잘 비비다’라는 뜻의 차가운 디저트다. 한국의 비빔 음식처럼 여러 가지 맛을 섞어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풍미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필리핀 요리와 한국 요리의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조르디 나바라 셰프를 만나 필리핀 요리를 모던하게 재해석하여 세계에 소개하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영국의 <팻덕(The Fat Duck)>, 홍콩 <보 이노베이션(Bo Innovation)> 등 전설적인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아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경험은 어땠나?

 

요리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외로 떠났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처음으로 해외 파인 다이닝과 최첨단 푸드 신을 접했고 엄청난 자극을 받았다. 그곳에서 만난 셰프들의 가르침 덕에 미식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최신 기술과 요리를 통해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필리핀의 잠재력은 복잡하고 입체적인 문화의 다양성에서 드러난다. 실제로 필리핀은 지방마다 특색이 다양하다.

 

필리핀은 무려 7천6백41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일이 간단하지 않았다. 섬마다 집성촌이 있고 각각의 문화와 현지 재료에 따른 요리가 발달했다. 언어만 해도 영어와 타갈로그어가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지만, 타갈로그어 외에 세부아노어, 일로카노어, 비콜어 등 지방별로 방언이 있어 노년층에는 자신의 지역 언어로만 말할 수 있는 이들이 많다.

 

언어가 다른 만큼 식문화도 달라지는 걸까?

 

확실히 그렇다. 예를 들어 필리핀 전역에서 먹는 새끼돼지 통구이 요리 ‘레촌(lechon)’은 중부 지역인 비사야 지방이 원조다. 또한 닭과 돼지 내장을 올린 국수 ‘라 파즈 바초이(La Paz Batchoy)’는 비사야의 일로일로에서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 필리핀으로 돌아와 새로운 것을 무수히 발견했다. 국내외에서 익힌 기술로 모국의 식문화를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프렌치나 노르딕 테크닉 등이 아닌 필리핀 전통 음식이나 지역 요리, 가정식을 재해석한 이노베이티브 스타일을 선택한 것인가?

 

요리학교를 졸업할 당시 노르딕 퀴진의 열기가 대단했고, 그 움직임이 매력적이라 나 역시 끌렸다. 또한 세계적으로 요리의 교과서가 된 프랑스 요리는 고전부터 누벨 퀴진까지 장르가 다양해 배움에 끝이 없는 요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 요리사로서 탄생 배경과 문화적 풍습 등 뉘앙스까지 전해지는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필리핀 음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필리핀에는 독특한 식문화가 존재하지만 필리핀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파인 다이닝 스타일로 제공한 요리사는 없었다. 롤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최초로 도전한 것인데, 불안하지는 않았나?

 

앞선 성공 사례가 없었기에 물론 불안했다. 익숙한 요리가 모던하게 변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일까? 해외에서 오는 고객에게 필리핀 요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필리핀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든 것일까? 질문이 이어졌다.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은 공부밖에 없었다. 필리핀의 기후와 풍토, 전통, 그리고 원주 민족과 소수 민족의 식문화는 물론 스페인, 미국, 일본 통치 시기의 영향에 대해 계속해서 배웠다. 오픈 후 6년이 지났지만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라고 생각한다.

 

 

<토요 이터리>는 쌀을 중요시한다. 서양식으로 식전 빵을 내지 않으며, 반드시 쌀과 반찬으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쌀은 필리핀의 주식이며, 삼모작이 가능한 지역도 있어 필리핀 사람에게는 가장 가까운 먹거리라고 할 수 있다. 필리핀에서는 아침부터 마늘밥을 먹고, 패스트푸드점에는 스파게티 등의 서양 메뉴에도 밥이 함께 나온다.

 

하루에 다섯 번 쌀을 먹는다고 할 정도로 식사 외에 코코넛 밀크로 달콤하게 맛을 낸 쌀이나, 필리핀 특산물인 카카오콩을 활용한 초콜릿 죽 등을 간식으로 먹기도 한다. 이 초콜릿 죽을 제대로 먹으려면 소금간을 한 말린 생선을 곁들여야 하는데, 그 맛을 상상하기 어려울 거다.

 

전통 제조법을 지키는 지역 생산자를 조명하거나, 필리핀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협업하고 필리핀 작가의 그릇 등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소수 민족이나 지역의 생산자를 방문하던 중 전통적인 제조법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부분 문헌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고 마을이나 가족 단위로 구전된 것이라 한 번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다.

 

우리가 아무리 모던한 형태로 필리핀 식문화를 알리더라도 근본이 사라진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에 불과하다. 연구를 거듭하며 경험을 쌓는 동안 그러한 생산자와의 만남이 늘었고,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초조하다. 그 외에도 젊은 디자이너의 작품을 사용하는 등 <토요 이터리>를 통해 필리핀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

 

 

<토요 이터리>에서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기 전부터 칵테일 페어링을 선보여왔다고.

 

필리핀의 기후는 채소나 과일 재배에 유리하며, 적도가 가까워 카카오콩이나 커피콩도 잘 자란다. 하지만 포도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기에 와인은 양조하지 않는다. 대신 특산품인 사탕수수로 만든 럼 등 증류주가 다양하다. 팀원 가운데 오리지널 칵테일을 개발할 수 있는 바텐더가 있어 수입 와인을 페어링하는 것보다 우리다운 칵테일을 선보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것은 우리의 제안일 뿐, 고객 취향에 맞춘 와인도 준비되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토요 이터리>에 흥미를 느끼거나, 우리 요리를 체험한 사람들이 필리핀 식문화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다. 예컨대 필리핀 코코넛 산지에서는 코코넛으로 만든 전채 요리부터 메인, 과자까지 다양한 코코넛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해안가 마을에는 신선한 해산물이, 마닐라 도심에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가득하다. 요리를 넘어 필리핀 문화를 세계인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성장시켜 나가려 한다.

 

 

  • 조르디 나바라 Jordy Navarra

 

<토요 이터리>의 오너 셰프. 필리핀의 미식을 세계에 알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영국의 파인 다이닝 <팻덕>, 홍콩 <보 이노베이션>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6년 마닐라에 <토요 이터리>를 오픈했다. 이후 2018년 A50B 어워드에서 ‘주목할 레스토랑(One to Watch)’으로 선정, 2019년 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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