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재료와 퀴진 스타일, 그리고 생소한 문화를 접목한 재미있는 공간의 등장은 늘 반갑고 즐겁다.
지난 몇 달 사이에 등장한 수많은 다이닝과 바 중에서 유난히 반짝이고 또 기대되는 곳들. 재패니스 이탤리언과 와인 페어링이 즐거운 다이닝, 당장 달려가보고 싶은 본격 라운지 바의 등장, 오감을 자극하는 반전 칵테일, 그리고 고대하며 기다리던 오렌지 와인 전문 바의 출현…. 3월, 조금 이른 봄과 무척 잘 어울리는 뉴 플레이스 5곳, 지금부터 소개한다.
오렌지 와인으로 해소하는 갈증
탈스티(TARSTY)
지난 12월, 고즈넉한 삼청동 뒷골목의 한옥마을에 오렌지 와인만을 판매하는 이색 와인 바가 등장했다.
‘벗어날 탈脫’과 갈증을 뜻하는 영문 ‘Thirsty’를 조합해 만든 업장명은 ‘갈증을 대화와 내추럴 와인으로 풀어낸다’는 대표의 주관적 철학을 담았다. 화이트, 레드, 로제 등 여러 와인 중 오렌지 와인을 내세운 데에도 소소한 이유가 숨어 있다.
<탈스티>를 기획하던 2022년 10월 말, 양조 방식은 레드와인과 같지만 화이트와인 품종을 사용하는 오렌지 와인 특유의 반전 매력에 마음이 꽂혔다고. 구비된 40여 종의 와인 리스트는 메이커마다 개성과 맛이 다양해 보디감, 타닌, 산미, 당도, 알코올 등의 기준과 고객의 취향에 맞춰 매칭을 추천한다.
함께 내는 아뮈즈 부슈는 사용된 식재료로 메뉴명을 표기해 와인 선택을 보다 용이하게 했다. 향후 만두 같은 한식 베이스의 메뉴도 개발해나갈 예정. 실내 공간은 좌석과 좌석 사이에 삼베 천가림막을 내려 한국적인 멋과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동시에 살렸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와, 중문, 중정 같은 한옥 건물의 특성을 십분 살리고, 도예 공방 로우크래프트와 협업한 식기, 한지 캐스팅 기법으로 기와의 완만한 곡선을 표현한 안은현 작가의 ‘기와 시리즈’ 등 한국적인 색채를 지닌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오브제로 활용했다.
‘얼린 포도’는 얼린 샤인머스캣 위에 그릭 요거트를 곁들이고, 코코넛칩을 뿌려 완성한 한 입 디시. 추천한 와인은 라디콘 슬라트닉 2020년산이다.
샤르도네와 프리울라노 품종을 8:2 비율로 블렌딩한 제품으로, 10일간 스킨 콘택트하여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했다. 허브나 과실 향, 시트러스 풍미가 느껴지며 보디감은 중간에서 조금 무거운 수준이다. 메인 요리인 ‘오리와 감자’는 오리 스테이크와 감자를 층층이 쌓은 도피누아에 블루베리 소스와 홀그레인 머스터드 소스를 조합한 메뉴다.
페어링할 와인으로는 로랑쥐 피노그리 카스텔 빌리지 2020년산을 추천한다. 피노그리 품종을 1개월 스킨 콘택트 후 12개월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숙성하여 꽃 향, 라즈베리, 체리 등의 과실 향이 두드러지고 드라이하면서도 높은 산미가 느껴진다.
- 탈스티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02-15 탈스티
오감을 자극하는 한 잔
바 테제(BAR THEZE)
용산구에 위치한 <바 피어>의 2호점 <바 테제>가 지난 1월 신사동에 가오픈했다. 업장명은 정반합의 ‘정’을 뜻하는 독일어 테제THESE에서 따온 것으로, 실험적인 칵테일을 통해 바 문화의 기준을 새로이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1호점의 멤버인 성원제 바텐더가 캡틴으로, 임주현 바텐더가 매니저로 합류해 시그너처 칵테일을 한창 개발 중인데, 가장 큰 특징은 바 전체를 아우르는 콘셉트보다 바텐더 개개인의 스타일을 내세운다는 점. 성원제 캡틴은 과일이나 티를 활용한 칵테일을 주로 만들고, 임주현 바텐더는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오가는 메뉴를 선보인다.
최근 우리 술, 국내 제철 식재료 등 한국적인 재료를 활용한 칵테일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반대로 외국의 재료를 활용해 우리 문화를 표현한 ‘주안상’이 좋은 예다. 공간을 화이트 컬러로 마무리한 것도 이곳을 도화지 삼아 바텐더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려는 뜻을 담았다고. 식과 음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추후 양갈비 등 육류 메뉴부터 디저트까지 페어링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바로서는 흔치 않게 4층에 위치해 탁 트인 개방감과 전망을 자랑하며, 화이트를 키 컬러로 사용한 홀, 은은한 조도의 간접광, 광택 재질의 대리석 바 테이블 등이 조화를 이루며 모던한 느낌을 자아낸다.
프레젠테이션이 독특한 ‘스칼렛 아르떼’는 ‘음료와 칵테일도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반영한 메뉴다. 서던 컴포트를 기주로 레몬과 히비스커스 시럽, 크랜베리 주스를 배합해 달달한 풍미를 살렸다.
칵테일을 낼 때는 정원을 연상시키는 나무 트레이에 칵테일과 식용 장미를 얹고, 트레이 위 유리볼 안에 장미 향의 드라이아이스 연기를 피워 오감을 자극한다. 한눈에 봤을 때 칵테일 같지 않은 ‘주안상’은 비전통적인 재료로 우리 전통문화를 표현한 반전 메뉴. 건대추, 생강, 설탕으로 만든 수정과에 버번위스키, 리큐어, 셰리 와인을 배합했다. 버번에 6시간 동안 마리네이드한 홈메이드 소고기 육포가 곁들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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