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메뉴로만 구성한 코스요리가 서울 다이닝 신에 안착할 수 있을까? 그 의구심을 확신에 찬 대답으로 돌려준 농심의 <포리스트 키친>. 지난 1년을 성공적으로 이끈 후 드디어 제2막을 준비했다.
<포리스트 키친>은 출발부터 지금까지, 지향점이 한결같았다. 바로 ‘논비건도 맛있게 즐기는 비건 다이닝’. 그 결과 많은 방문객, 높은 재방문율 등 비건 고객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수치를 보여주며 성공적인 1년을 보냈다.
그럼에도 양질의 비건 다이닝 경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며 숙제를 던져왔다. 그리고 올해 5월, 채소 본연의 맛에 집중하고 발효의 터치를 더한 메뉴들로 전면 개편하면서 숙제를 덜어냈다. 지금까지는 일반 다이닝 코스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도를 식물성 재료로 구현했다면, 이번에는 비건 다이닝이기에 가능한 맛과 즐거움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었다고.
코스의 시작인 ‘녹색 채소&미르푸아’부터 그의 결심을 보여주는 듯하다. ‘녹색 채소’는 5종의 채소를 착즙한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질감이 웰컴 드링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채소의 직관적인 풍미가 입안을 메워주는 시간은 이어질 음식에 대한 기대를 품기에 충분하다.
‘미르푸아’는 당근, 셀러리, 양파를 지칭하는 프랑스어. 셀러리 잎을 활용한 타르틀레트에 생강 라임 젤을 조합해 올리고, 당근 껍질로 만든 시가롤 안은 당근과 식물성 요거트 폼을 채워 넣었다. 마지막으로 양파는 어니언 수프의 풍미를 한 입 거리로 담아냈다. 바삭하게 부서질 정도로 캐러멜라이징한 양파부터 말캉함까지, 양파로 연상할수 있는 것 그 이상의 다채로운 식감이 입안에서 펼쳐졌다.
식감의 묘미는 ‘아스파라거스’에서도 이어진다. 채소, 산미, 오일, 수분감 등 샐러드를 구성하는 요소를 해체해 다시 새롭게 조합한 이곳만의 떠 먹는 샐러드다.
무, 버섯, 다시마를 장시간 끓여 차게 식힌 소스는 아스파라거스와 죽순의 경쾌한 식감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으면서 고소한 풍미를 끌어올려주며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로 만든 팬케이크 위에 대파의 여린 심지를 썰어 올린 ‘대파’, 훈연 향과 파프리카 속살의 진한 풍미로 묵직한 한 방을 날리는 메뉴까지. 코스 내내 익숙하기 그지없는 채소들이 새로운 옷을 입고 등장하며 비건 다이닝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포리스트 키친>의 변화가 기대되는 건 메뉴뿐만이 아니다. 콤부차 전문 브랜드 <슬로운 스튜디오>의 서형주 대표, <페리지>와 <바위 파스타 바>의 와인과 음료를 디렉팅한 박준영 소믈리에와의 협업으로 한층 강화된 페어링을 선보인다.
박준영 소믈리에는 오크 숙성 등의 인위적인 향보다는 포도 품종이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향에 집중했다. “보통 와인 페어링은 요리의 비어 있는 맛을 채워주는 등 상호 보완을 신경 쓰지만, 이번 페어링에서는 요리와 와인이 만났을 때 하나의 맛을 더욱 두텁게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스파라거스 요리에는 아스파라거스나 허브의 뉘앙스를 가진 소비뇽 블랑과 그뤼너 벨트리너 품종의 와인을, 고소한 참나물 요리에는 효모의 고소한 풍미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와인을 매칭하는 식이다.
서형주 대표 역시 요리와 결이 같은 콤부차를 페어링했다. 입맛을 돋우는 아뮈즈 부슈에는 하동 녹차로 만든 콤부차를 매칭했는데, 탄산과 정제된 산미가 요리와 잘 어우러진다.
“콤부차를 흔히 쿰쿰한 향과 찌르는 듯한 산미로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다. 은은하게 묻어나는 재료의 풍미와 신선함이 느껴지는 생콤부차로 콤부차의 진짜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후 매실, 토마토 등 로컬 재료를 활용한 시즌 콤부차 메뉴를 더해갈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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