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게르만 민족의 예정된 배신? 드디어 시작된 배달앱 독과점의 부작용

배달의 민족 ‘오픈서비스’ 도입으로 인한 논란

불과 4개월 전, 배달의 민족이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됐다. 해당 인수로 딜리버리 히어로가 우리나라의 배달앱 시장을 3등분 하던 배달의 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를 모두 가지게 됐다. 때문에 이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게르만의 민족’이라는 비판이 여론을 휩쓸었다. 100% 독과점에 대한 우려들도 쏟아졌다.

 

필자도 해당 인수에 대한 우려를 지난 1월 칼럼을 통해 피력한 바 있다. 그 중 하나가 배달 수수료에 대한 우려였다.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배달의 민족이 배달비용이나 수수료 등을 인상하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당시 배민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수 합병 후 2년 간은 배달 수수료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얼마든지 번복이 가능하며 2년 후에는 어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 아닌가?’라는 의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 의심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현실로 다가왔다.

 

배달의 민족의 새로운 정책 ‘오픈서비스’

배달의 민족은 지난 4월 1일 수수료 중심의 새 요금체계인 ‘오픈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배달의 민족을 통해 발생한 매출의 5.8%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새로운 광고 서비스다. 이 오픈서비스가 이번 논란을 불러온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배달의 민족이 제공한 업소 대상 유료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현재의 오픈서비스의 전신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오픈리스트’다. 이는 매출액의 6.8%를 수수료로 내는 정률제 서비스로 서비스를 신청한 음식점들을 배달의 민족 앱 최상단에 3개까지만 랜덤으로 노출시키는 서비스였다.

 

두 번째는 매월 정해진 금액을 내면 되는 정액제 서비스인 ‘울트라 콜’이다. 울트라 콜은 건당 월 8만 8천원을 내면 주문자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지역의 음식점을 오픈리스트 아래 노출 시켜 주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업소들이 정액제인 ‘울트라 콜’을 구매해 사용해왔다. 문제는 일부 업소들이 본인의 매장을 더욱 자주 노출시키기 위해 이 울트라 콜을 여러 개 구매하는 이른바 ‘깃발 꽂기’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자본적으로 여유가 있는 업소들이 깃발 꽂기를 자행하면서 중복 노출되는 업소들이 많아졌고, 상대적으로 울트라 콜을 적게 구매한 업소들의 노출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배달의 민족 측은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이번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번에 도입된 ‘오픈서비스’는 기존의 오픈리스트 서비스에서 배달의 민족 앱 최상단에 3개의 업소만 랜덤으로 노출되던 것을 신청 업소 모두를 노출 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한 서비스다. 그리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5.8%로 1% 인하했다. 배달의 민족 측은 이번 오픈서비스의 도입으로 전체 음식점의 52.8%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업주들은 왜 반발하는 것일까? 업주들은 기존에는 프리미엄 서비스 같은 느낌이었던 오픈리스트가 오픈서비스로 전환되면서 앱의 상단에 노출되는 음식점의 수가 무제한으로 늘어나 광고 효과가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당장 오픈서비스에 등록하지 않으면 자신의 가게는 배달의 민족 앱에서 최하단에 노출돼 매출이 급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독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서비스를 강요한다는 것이 업주들의 입장이다. 또한 그들은 오픈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반짝쿠폰’ 같은 배달의 민족의 부가 혜택도 받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이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오픈서비스에 가입해야하는 것도 억울한데, 정률제로 매월 매출의 5.8%를 내야해 장사가 잘될수록 수수료의 부담이 늘어나 상당수의 업주들이 제2의 임대료와 같은 느낌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가게의 경우 월 매출은 평균 3000만 원 정도다. 임대료. 식자재비,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점주가 버는 돈은 월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기존 정액제 서비스인 ‘울트라 콜’을 이용할 때는 매달 최대 30만 원 정도를 수수료로 내면 됐다. 그러나 바뀐 오픈서비스에서는 최대 170만원을 내야 한다.

 

또한 소상공인연합회와 외식업중앙회의 분석에 따르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으려면 월 매출이 155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는 일 매출 5만원 수준으로 홀 장사만 하는 업소 수준의 매출이기에 사실상 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배달의 민족 측은 소상공인연합회가 계산한 155만원은 ‘깃발 1개 (울트라콜 1개)’를 쓰는 업소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 정면 반박했다. 배달의 민족 입점 업소의 깃발 평균 개수는 평균 3개로 월 매출 465만원에 해당하며, 홀 매출을 제외하고 배달의 민족 앱을 통해 들어오는 매출만 따져서 월 465만 원 이하인 업소는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만 배달의 민족 측의 해명을 듣다보면, 반대로 월 470만 원 이상인 업소들의 수수료 부담은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서 임대료, 식자재비, 인건비, 배달요금, 광고 수수료까지 더해진다고 생각하면 10만원, 20만원이 아쉬운 현실을 살아가는 업주들의 반발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게르만의 민족의 배신, 이미 예정된 것이었나?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들과 외식업주들은 이번 논란이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 배달앱을 독일의 자본이 100% 독점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업주들과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생길 것은 자명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합병 당시 이러한 논란에 대해 ‘수수료 인상이나 관련 논란이 없을 것’이라 단언했던 배달의 민족이었기에 이번 변화에 대한 업주들의 배신감은 이로 말할 수 없다. 또한 코로나19로 모든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든 시기에 이런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것도 더 큰 분노를 유발시켰을 것이다.

 

배달의 민족 측은 계속해서 깃발 꽂기 문제를 해결하면서 오픈 1년이 되지 않았거나 매출 3억 원 이하인 작은 외식업소들에게 보다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취지를 어필하고 있다. 그렇지만 절반에 가까운 47% 업주들은 사실상 수수료 인상을 겪게 되다보니 ‘꼼수 인상’이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오픈서비스에 무제한으로 업소들이 올라오게 되면서 결국 자주 노출되기 위한 업소들 간의 내부경쟁이 심화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거리와 재주문, 선호도 등 여러 노출 기준들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업주들에게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만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음식점의 중복 노출 없이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음식점들이 음식의 맛과 품질, 서비스 등을 더 관리하게 되니 크게 나쁠 것이 없는 변화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 되고 업주들의 부담이 늘어날 경우, 메뉴의 가격과 배달비용이 오르는 연쇄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코로나19의 영향까지 더해져 배달 음식의 이용률이 폭증한 상황에서 배달의 민족이 택한 이번 변화는 안타깝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것이 더욱 의아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오픈서비스의 도입의 취지에 진정성이 있었던 것인지, 독과점적인 지위와 기업결합심사에 자신이 있었던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실제로 이번 오픈서비스 도입으로 인해 정치권과 공공 영역에서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메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수료 개편은 아직 기업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기업결합의 효과로 이번 조치가 나왔는지에 따라 결합심사에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간의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배달의 민족 측이 어떤 주장을 내세우더라도 피해를 본 업주와 혜택을 본 업주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개인 SNS를 통해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 해야겠다"며 "기득권자들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들을 보호해서 실질적으로 공정한 경쟁 질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강하게 피력했다.

 

여기에 여당까지 가세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특별법에 해당 내용을 포함한다거나, 나라에서 운영하는 공공 배달앱의 개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배달의 민족의 이러한 처사에 대한 청원이 올라왔고, 배달의 민족 불매운동이나 전화를 통해 주문을 해달라는 업주들의 호소도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배달의 민족은 4월 1일부터 오픈서비스를 도입했고 10만개가 넘는 업체가 오픈서비스를 신청했다. 이번 변화가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간의 기업결합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배달 앱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배달 외식 시장에 괄목할만한 공적 변화가 찾아올지 기대된다.



배너

푸드&라이프

더보기

비즈니스 인사이트

더보기


식품외식경영포럼

더보기

J-FOOD 비지니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