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불 위에서 기름에 익힌 요리는 중식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중식의 통념이 변화하고 있다. ‘슬로 중식’을 추구하는 서울 종로의 차이니스 레스토랑 <중심>이 기름 없이 요리한 ‘오일 프리’ 메뉴를 들고 나섰다.
맛있는 중식당을 찾을 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까?
강렬한 불꽃 위 현란한 웍의 움직임을 통해 신선하게 익힌 재료, 술 한잔 부르는 진한 양념과 기름진 맛…. 별미의 유혹 그득한 중식의 매력으로 ‘건강’을 내세우는 곳이 등장했다.
종로구에 위치한 차이니스 레스토랑 <중심>은 메뉴의 중심에 건강함이라는 가치를 두고 최근 기름을 사용하지 않은 오일 프리 메뉴를 내놓았다.
<중심>은 광둥식 요리법을 따르는 곳으로 오래 시간 들여 준비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슬로 중식’을 추구한다. 이곳 주방을 맡은 소태창 헤드 셰프는 대만 출신 화교인으로 21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중식당을 운영했던 조부모와 부모의 영향으로 18세에 주방에 입성한 뒤 <백리향>, <딘타이펑>, <호경전> 등을 거쳤다. 셰프는 중식 주방의 면판, 칼판, 불판 파트 가운데 마지막 단계인 불판 전문으로 오랜 경력에서 나온 손맛을 보여주는데, 오래 공들인 요리를 불에서 마무리할 때는 강한 불에 1분 이내에 조리하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조리 시간이 길어지면 재료 본연의 식감과 맛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이번에 선보인 오일 프리 메뉴는 ‘오향 닭 냉채’와 ‘간장소스 메로찜’이다.
오향 닭 냉채는 삶은 닭을 팔각, 산초, 생강 등과 함께 40분간 쪄낸뒤 차갑게 식히고 오이 무침을 곁들인 메뉴다.
소스를 만들 때 파, 생강 등을 기름 없이 열로만 볶아 향을 끌어낸 것이 포인트다. 여기에 고수와 대파를 듬뿍 올려 마무리했다.
중국어로는 ‘샤오기’라 부르며 한국에서 떡국을 먹듯 음력 설에 평안한 한 해를 기원하며 가족과 함께 먹는 의미가 담긴 요리다.
두 번째 메뉴인 간장소스 메로찜은 광둥 음식의 대표 조리법인 청증(淸蒸) 방식을 활용한 요리로, 열을 직접 가하는 대신 뜨거운 증기로 익혀 메로 본연의 맛과 영양은 물론 촉촉한 식감을 살렸다.
여기에 상큼한 특제 간장소스를 얹어 봄철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오향 닭 냉채는 3만원, 간장소스 메로찜은 4만원이며 3월 말까지 맛볼 수 있다.
<중심>은 4월에도 영양소 풍부한 전복과 제철을 맞은 두릅을 활용한 신메뉴로 ‘오일 프리 프로모션’을 이어 나간다. 국내산 식재료와 친환경 수산물 인증을 받은 전복을 활용해 건강은 물론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이 먹을 음식처럼 요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셰프의 철학이 건강한 한 접시에 담겨 있다.
- 중심
-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 2층
MINI INTERVIEW
소태창 헤드 셰프
‘슬로 중식’을 내세운다. 메뉴는 어떻게 구성했나?
건강함과 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메뉴를 구성했다. 증기로 재료를 쪄내는 ‘청증’ 기법이 광둥 음식의 대표 조리법인데, 영양소 손실을 막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다. 이를 활용해 기름과 양념을 최소화한 요리를 만들고 있다.
건강함을 중심에 둔 이유가 있다면?
부모님은 늘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요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념으로 자리 잡았다.
중식은 자극적이고 조미료 사용도 많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주방에서 조미료도 직접 만들고 육수에 오래 공을 들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을 담고자 한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도 맛을 살리는 비법은 무엇인가?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육수에 중점을 둔다. 약한 불에서 오래 우려내는 샹탕(上湯)을 주로 사용하는데, 6시간 이상 끓여 준비한다. 다양한 맛이 우러나기에 양념 사용을 줄이면서 재료의 맛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준비 중인 신메뉴를 소개해달라.
4월에는 두릅과 전복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메뉴 역시 청증 기법을 활용했다. 한식 식재료인 참두릅과 땅두릅을 활용한 중식 두릅 찜은 색다른 요리일 것이다. 식재료의 경계 없이 다양하게 활용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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