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류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보이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무알코올 음료이다. 같은 기간 연평균 23.1%의 성장률이 예상돼 주류 업계에서도 관련 제품 개발에 한참이다.
무알콜은 알콜 0%, 논알콜은 도수가 1% 미만인 제품으로 두 가지를 통틀어 무알콜이라고 부른다. 통상 0.00으로 표기된 제품은 무알콜, 0.0으로 표기 제품은 논알콜로 분류된다. 일반 맥주와 동일한 원료·발효·숙성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콜만 추출해 도수는 0.05% 미만인 게 대부분이다.
맥주 시장 또한 무알콜, 저칼로리 제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세대로 등장하며 과거와 음주 문화가 달라졌고, 건강과 웰빙이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 주 원인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의 25%가 무알콜 맥주의 맛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무알콜, 저알콜 맥주 최대 소비국인 스페인의 경우 연간 맥주 매출의 13%를 관련 제품이 차지했다. 독일 역시 무알콜 맥주 소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소비량이 전년대비 10.5% 증가한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0.5% 미세알코올 맥주도 등장
일본에서는 게코노미쿠스(ゲコノミクス :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 모임)가 주류 시장에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일본의 무알코올 시장의 가치는 약 3,000억 엔(약 3조 원)으로 평가되며, 주류산업의 1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토리홀딩스(HD)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무알코올 음료 시장규모는 2,265만 케이스로 10년 전과 비교해 4배 이상이 성장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갖춰진 일본은 아사히, 기린, 산토리 등 주요 맥주 기업이 출시 후 광고를 진행해 4년만에 7000억원 수준의 시장을 형성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일본 양조업체들은 무알콜 맥주의 맛을 일반 맥주에 더 가깝게 만드는 데 진전을 이뤄 낸 결과라고 답했다.
무알콜 맥주가 알코올 뿐만 아니라 칼로리도 낮다는 점도 한몫했다. 기린이 내놓은 무알콜 맥주 ‘기린 프리’는 알코올은 0%, 열량은 16Kcal에 불과하다.
산토리가 내놓은 ‘올프리’는 무알콜에 칼로리도 0%다. 아사히의 대표 맥주 ‘슈퍼 드라이’가 149Kcal인 것을 고려하면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
최근엔 일본의 아시히 맥주 그룹은 알코올 도수 0.5%의 음료를 공개, 주목을 받았다.
생소한 단어인 미세알코올 음료는 저알코올과 무알코올 사이의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했다.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기에는 아쉽고 저알코올은 부담스러운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다.
가장 먼저 시장에 출시된 ‘아시히 비어리 미세알코올’은 일반 맥주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다. 함량으로 계산하면 350ml당 약 1.4g의 알코올이 포함됐다. 10개 정도를 마셔야 맥주 한 병과 비슷한 알코올을 섭취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이기 때문에 주세법상 술로 포함되지 않고 청량음료 제품으로 들어간다. 맥아 비율과 원료로 정해지는 맥주, 발포주에도 미포함돼 정확히는 ‘맥주 맛이 나는 청량음료’이다.
아사히 관계자는 “자사 추계로는 20~60대 인구 약 8000만명 중 절반이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30대 젊은 층도 낮은 알코올 음료를 선호한다”며 “코로나 이후 홈술을 하며 저도수의 RTD(ready to drink, 바로 마실 수 있는)음료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저알코올 맥주와 무알코올 외에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자 미세알코올 음료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취하지 않는 술 인기! 판커지는 한국 무알콜 맥주 시장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술자리 문화 무게중심이 ‘취하기 위한’에서 ‘즐기기 위한’으로 옮겨가면서 무알콜 맥주 제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맥주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알콜이 함유되지 않은 무알콜 맥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기존 국내 주요 맥주 브랜드들은 무알콜 맥주 라인업을 리뉴얼하거나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며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먼저 국내 맥주 브랜드 하이트진로의 계열사 하이트진로음료는 이미 2012년 무알콜맥주 '하이트제로 0.00'를 선보였다.
시장 수요에 맞물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45%나 증가했다. 지난해 2월 리뉴얼 이후로는 연 매출액이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맥주 본연의 맛과 청량감을 지녔지만 무알콜, 무당류, 무칼로리 제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2020년 논알콜 맥주 ‘카스 0.0’을 내놓은 이후 지난달에는 수입 맥주 브랜드인 호가든(Hoegaarden)의 '호가든 제로'와 이달 버드와이저(Budweiser)의 ‘버드와이저 제로’를 출시했다.
2020년 무알콜 맥주 ‘카스0.0’을 통해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제품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7개월간 쿠팡에서만 누적 판매량 200만캔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무알콜 맥주 ‘클라우드 클리어제로’의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2017년 처음으로 선보이고 리뉴얼된 클라우드 클리어제로는 탄산음료 대용으로 숙취 없이 맥주의 쌉싸름한 풍미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알코올 함량 0.00%에 당류 0g, 30kcal의 저칼로리 제품이라는 특징이 주목을 받았다.
해외 맥주 브랜드도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이네켄은 지난해 ‘하이네켄 0.0’을 출시했고, 지난달부터 건전한 음주 문화를 추구하는 내용의 ‘논알콜 맥주 캠페인’도 시작했으며 칭따오도 ‘칭따오 논알콜릭’이라는 무알콜 맥주를 선보였다.
전세계 무알콜 음료 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23%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실례로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코올맥주 시장 규모는 2012년 13억원, 2014년 81억원에서 지난 2020년 150억원, 2021년에는 200억원으로 약 247% 규모로 성장했다.
주류업계에서는 국내 무알콜 시장 역시 2025년 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