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끊임없는 반복!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취한다.’ 몇 년 전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은 만화 미생에 나오는 대사이다. 창업을 생각하며 흔히 사람들은 특별한 무엇, 남들과는 다른 것을 찾는데 몰두한 나머지 기본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초심을 유지하며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이 있다. 수원중부경찰서옆 학원들이 몰려있는 상권에서 한솥도시락을 운영하는 김학천(53세) 사장은 “2008년 1월 겨울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창업 전 본사 정신교육에서 들은 ‘항상 똑같이 하는 게 중요’라는 말을 여전히 머리에 새긴 채 장사에 임한다.”고 말했다.
창업 전 김 사장은 15년 동안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온 선생님이었다. 할 줄 아는 요리는 라면과 달걀후라이가 전부였다. 학원을 그만두며 일자리를 고민하고 있을 때 지인이 사업아이템으로 한솥도시락을 추천해줬다. 그전까진 한솥도시락 브랜드가 있는지도 몰랐다.
꼼꼼한 성격의 김 사장은 상담을 받기 전 집 근처와 가까운 한솥도시락 매장에 찾아갔다. 첫 창업인 그에게 한솥도시락의 체계적인 매뉴얼과 시스템은 자신도 충분히 음식 장사를 해볼 수 있겠단 자신감을 가지게 했다. 또한, 홀 손님과 테이크아웃, 단체주문 손님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창업을 결심했다.
본사 직원의 만류에도 주말까지 교육 받아
학원을 그만두고 며칠 쉴 법도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김 사장은 바로 한솥도시락 본사를 찾아 3주간 교육을 받았다. 최근에는 외식 시장 경쟁이 과열되며 2~3일 교육만으로 창업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도 많다. 하지만 한솥도시락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리 교육부터 홀, 고객 관리 등 매장 운영 전반에 대해 차근차근 가르친다.
“직영점에서 조리 교육을 동료 창업자들과 다 함께 받았다. 주말에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사 직원들이 만류했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고 연습해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쉬는 날 없이 나갔다.”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다 낯선 일을 무리해서 배우다 보니 근육통이 생겼지만 그만큼 성장하는 속도가 빨랐다. 무엇보다 초보 창업자인 그에게 정신 교육 시간을 통해 손님 응대 노하우를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오로지 판매에만 집중 가능한 시스템
발주를 넣으면 본사에서 매주 월·수·금 퇴근 후인 새벽 두시에 매장을 찾아 우렁각시처럼 식자재를 냉장고에 정리해 넣어준다. 아침에 출근해 바로 업무를 시작하면 될 정도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출근하면 찾아오는 손님을 응대하고 판매에만 신경 쓰면 될 정도로 본사에서 관리를 잘 해준다. 배송된 식자재 상태를 보면 본사에서 신중하게 골라서 보내준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본사와 마찰 한번 일으키지 않아 이제는 서로 신뢰하는 관계가 됐다.”
중·고등학생이라면 학창시절 한 번쯤은 꼭 먹어봤을 인기메뉴 치킨마요가 버티고 있고 주기적으로 메뉴 개발을 통해 신규 고객 유입을 돕는다. 최근에는 트렌드에 맞춰 마라를 넣은 ‘마라치킨마요’를 추가해 판매하고 있다. 한정된 수량이 금방 동날 정도로 고객 반응이 좋다.
한솥도시락의 강점은 무엇보다 가성비다. 가장 인기인 마요시리즈는 2,900~3,500원 사이로 학생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또한, 불닭비빔밥, 소고기 육개장, 소불고기 철판 볶음밥 등 다양한 식사 메뉴를 5천원 선으로 즐길 수 있다.
기호에 맞게 추가할 수 있는 토핑 메뉴도 다양해 고객 선택폭을 넓히고 매장 입장에선 객단가를 올릴 수 있다. 모짜렐라, 체다, 고다 3종 믹스 치즈 토핑, 달걀후라이, 청양고추, 치킨, 돈까스, 새우후라이, 찹쌀탕수육, 떡햄버그 등을 추가해 먹을 수 있다.
고객 찾아가며 적극적으로 판매처 개척
한솥도시락 수원중부경찰서옆점은 학원을 가기 전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는 청소년들이 주 고객이다. 주말과 방학이면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몰린다. 하지만 개학을 하고 나면 학교 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 매출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다.
김 사장은 판매처 개척을 위해 매장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동남보건대학교로 향했다. 이른아침시간에 교문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적극적으로 매장을 홍보했다. 미리 주문을 받아 12시, 1시 두 번에 걸쳐 대학교로 배달을 나갔다.
“학생들이 주문을 하면 학교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을 정해 찾아갔다. 강의 전 저렴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대학생들의 주문이 많았다. 하루에 도시락을 200개씩 판매할 만큼 호황을 누렸다. 손님을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처한 덕분에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하루 평균 100~150명 사이의 고객이 한솥도시락 수원중부경찰서옆점을 찾는다. 20평 남짓한 매장에 홀 좌석은 19석으로 작은 규모지만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아 월 단위로 보면 최소 4천만~5천만원 사이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항상 새것처럼 관리해보자
인터뷰 도중 자신 있게 주방을 보여줄 정도로 김 사장은 위생 상태에 자신을 보였다. 실제로 들어가 본 주방은 바닥에 물기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한 상태였다. 기름때가 많이 끼는 주방 후드도 일주일에 한 번씩 닦고 있
“처음 장사를 하며 다짐한 것 중 하나가 ‘항상 새것처럼 관리해보자’였다. 평소에는 직원들과 수시로 쓸고 닦으며 청결한 상태를 유지한다. 세 달에 한번은 전문 청소업체를 불러 대청소를 실시한다.”
주방은 음식점의 마음이다. 고객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소홀히 하면 결국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10년간 반복에 반복을 더해 몸에 배인 습관으로 고객과의 신의를 지키고 있다.
좋은 점은 경쟁업체라도 배워라
한솥도시락 수원중부경찰서옆점 바로 앞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쟁 도시락브랜드 매장이 있었다. 눈엣가시처럼 여길 수 있었지만 경쟁업체라도 좋은 점이 있다면 배우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자세였다.
“매장을 찾아 주문하는 고객 중 간혹 밖에서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 고객을 불러 매장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고 직접 포장된 도시락을 들고 나가 전해준다. 작은 행동이지만 고객들은 미소를 띠며 감사함을 표현한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경쟁업체가 하는 모습을 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해 실천하고 있다.”
명절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운영돼 힘들 법도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먹던 학생들이 대학생, 회사원이 돼서 매장을 찾을 때면 창업하기 잘했다는 보람을 느낀다.
끝으로 김 사장은 “품질에 대한 걱정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업을 잘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한솥도시락은 본사에서 한 달에 한번은 슈퍼바이저가 매장을 찾아 고충을 들어주고, 다른 지역에선 인기 메뉴가 무엇인지 등 이슈 소식을 전해준다. 앞으로도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상생하는 관계로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 한솥도시락 수원중부경찰서옆점 김학천 점주가 전하는 창업 성공 비결
첫째, 유행을 타지 않는 업종을 선택했다.
트렌디한 아이템은 일시적으로는 손님이 몰릴 수 있으나 벌집 아이스크림, 슈니발렌처럼 한순간에 인기가 식는 위험이 있다. 김 사장은 외부환경에 흔들림이 적은 도시락으로 업종을 선택해 11년간 꾸준히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둘째, 운영 시스템과 매뉴얼이 검증된 브랜드로 결정
요리법부터 손님 응대, 위생관리 등이 꼼꼼히 정립된 한솥도시락 매뉴얼을 확인하고 창업을 결정했다. 출근해서 판매와 고객 관리만 신경 쓰면 될 정도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셋째, 극강의 가성비 2900원.
한 끼를 먹으려면 기본 8,000원은 지출해야 되는 외식식장에서 한솥도시락는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이는 좋은 식자재를 대량 구입해 공급 단가를 낮춘 한솥도시락의 규모가 있기에 가능했다.
넷째, 몸에 밸 때까지 반복 또 반복해라. 김 사장은 창업을 결심하며 편하게 장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말에도 교육을 받으러 나가는 열정을 보이며 몸에 익숙할 때까지 일을 익혔다.
다섯째, 주방은 매장의 마음이다. 늘 쓸고 닦아라
위생은 김 사장이 11년간 가장 신경 쓴 부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직원들과 대청소를 실시하고 정기적으로 사설 업체를 불러 매장을 관리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언제나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주방을 만들었고 이는 고객 만족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