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맛남의 광장, 감자 파는 문순씨 등 지역 농산물을 팔기 위해 인기 많은 외식사업가부터 지자체 도지사까지 나서고 있다.
지역 특산품을 대표하는 상품이 없으니 외부의 도움없이는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지역 특산품을 두고 겉만 다르고 속은 다 똑같은 붕어빵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올 정도다.
오사카, 교토가 위치한 일본의 긴키 지방은 2025년까지 지역브랜드의 에코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가치 있는 지역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지역 상점가, 사업가, 금융기관, 지방자치단체, 관광객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역 자원을 브랜드화해서 자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로컬브랜드 창출에 나선 긴키 지방
지역 브랜드란 각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이나 제품, 지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특별한 문화와 산업, 환경 등에 대한 타 지역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를 말한다. 지역의 물품, 서비스, 인물, 기업의 가치를 전달하여 더 많은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4월 긴키경제산업국은 ‘지역브랜드 전개 지원실’이라는 조직을 새로 신설하여 지역의 토산품과 관광 서비스 등의 브랜드화의 본격 지원을 시작했다.
브랜드 전략 수립부터 상품, 서비스의 개발, 지적재산의 보호 및 활용, 국내외 PR, 판로확대 등 브랜딩의 각 단계에 걸쳐 긴키경제산업국뿐만 아니라 지식재산 종합 지원 창구, INPIT(특허청 산하 공업소유권 보호 업무 담당 기관), 중소기구(중소기업 정책 실시 기관), JETRO 등 관련 지원 기관들과 연합하여 각종 시책을 일원화한다.
지역 브랜드화 사업은 기존에도 실시하고 있었으나, 그동안은 사업 시행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브랜드화에 대한 전략 수립, 판로 개척 등을 시행사에 맡기고 체계적인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긴키경제산업국은 전담 조직을 신설함으로써 그동안 미흡했던 브랜딩 전략에 추가적인 지원을 개시한다.
지난 4월 7일, 일본 내각부는 긴급 경제 대책을 발표하며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해당 지역 브랜드화 사업을 포함했다. 공식 명칭은 ‘JAPAN브랜드 육성 지원 등 사업’으로 클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중소기업의 지역 생산품 판로 개척 지원에 초점을 두었다.
탄광촌에서 1천만원 고급 멜론 재배지로 변신
그동안 일본에서는 지방 경제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지역브랜드화 정책이 꾸준히 시행되어 왔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가 브랜딩에 성공하며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사례도 있다.
홋카이도에 위치한 유바리시는 인구가 채 만명이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이다. 고령인구의 비율이 높은 시골 도시이나 유바리 멜론이 지역브랜딩에 성공하며 활기를 불어 넣었다. 지금도 지역 브랜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유바리 멜론이 처음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61년으로, 이전에 유바리시는 일본 최대 석탄 생산지였다. 60년대 들어서며 석탄에서 유류로 주 에너지원이 이동하며 지역 경제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찾아 나선 것이 바로 멜론이다.
유바리시 기후와 토양이 멜론 재배에 적합하다 판단해 두 가지 멜론 품종을 교배해 ‘유바리킹’이라는 머스크 멜론을 개발해냈다. 여름철은 서늘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기후 덕분에 평균 멜론의 당도가 13브릭스를 넘는다.
유바리 멜론은 여전히 고급 멜론의 대명사로 60년간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멜론 2개당 가격이 무려 25만 원에 달한다. 유바리 멜론으로 만든 푸딩, 젤리,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특산품도 판매하고 있다. 연간 24억 엔(약 24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중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주도한 지역특산품 브랜딩 사업은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무수히 많다. 같은 종류의 상품이 여러 지역에서 난립하다 보니 차별화를 이루지 못해 대중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지역 경제의 붕괴가 가속화되는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역의 자생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 브랜드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