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의 2차전을 눈여겨보자. 힘을 주거나, 힘을 빼거나. 비스트로에서 거듭난 뉴 코리안 다이닝, 양조장과 셰프가 협업한 전통주 다이닝, 서울에 지점을 오픈한 뉴욕 게스트로텍은 묵직한 인상을 남길 준비를 마쳤다.
반면 파인 다이닝과 달리 친숙하게 다가가는 다이닝 바와 편안함으로 무장한 비스트로까지, 반가운 얼굴들의 뉴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요리와 와인을 즐기기 좋은 명당 ‘배산임수’
철마다 맛있는 재료를 찾아 요리하고, 어울리는 술과 함께 즐기는 박성호, 남가을 부부의 취향을 가득 담은 공간이다.
<배산임수>는 뒤로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물이 흐르는 명당자리를 뜻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산과 들, 바다에서 생산되는 좋은 재료를 찾아 쓰는 이곳의 특징을 보여주는 업장명이다.
재료 사용이 곧 농가의 보탬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부부는 서천 새우, 신안 삼치 등 서해안에서 걷어 올린 해산물, 모양과 과숙의 문제로 유통되지 못한 토마토로 만든 100% 주스 등 대부분의 재료를 1차 생산자와 직거래로 수급한다.
접시 하나하나 필연적으로 계절감과 한식의 요소가 묻어나는 요리를 맛본 손님들이 ‘재료 좋다’는 평을 더할 때 이 행보에 가치를 느낀다고. 와인을 중심으로 한 주류 리스트 역시 가을에는 프랑스 론 중심의 레드와인과 리슬링, 겨울에는 샴페인 등 계절에 맞게 변화를 줄 예정이다. 계절 요리와 와인 한 잔, 여기에 삼성동 중심가 5층에 위치해 저녁마다 시티 뷰가 덤으로 펼쳐진다.
‘한우 타르타르’는 전형적인 육회와 타르타르의 형태를 탈피해 재미를 줬다. 홍두깨살에 고추·마늘종·양파 장아찌를 더해 식감과 산미를, 들기름으로 만든 아이올리 소스로 한국적인 고소함을 더했다. 곁들인 토마토칩은 유통되지 못한 토마토로 만든 주스를 조리고 찹쌀가루와 함께 말려 튀겨냈다.
‘제철 생선 파스타’는 스푼으로 떠먹기 좋도록 쇼트파스타 카바텔리를 사용했다. 삼치는 버터로 부드럽게 익히고, 횟감으로 받아 신선한 새우는 재료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비장탄으로 향만 입히듯 살짝 구워 곁들였다. 보통 호불호가 강한 비스크 소스지만, 바지락 육수, 채소, 새우 머리와 껍질을 넣어 부드러운 맛으로 완성해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올데이로 즐기는 프랑스 가정식 ‘부베트 서울’
조디 윌리엄스 셰프의 유명 프렌치 게스트로텍 <부베트>가 압구정에 문을 열었다. 지난 2011년 오픈한 뉴욕 본점과 파리, 런던 등 분점에 이은 6번째 지점이다. 주방을 이끄는 국민지 헤드 셰프와 팀원들이 본점에서 한 달간 교육받은 끝에 <부베트>만의 감성이 그대로 구현됐다.
핵심은 ‘게스트로텍’, 즉 아침부터 저녁까지 남녀노소 캐주얼하게 즐기는 카페이자 바, 다이닝 플레이스라는 점이다.
아침과 점심에는 프렌치 토스트, 와플 등 가벼운 메뉴와 커피를 신나는 음악 속에서 맛보고, 재즈가 흘러나오는 저녁에는 프랑스 가정식을 와인, 칵테일과 페어링할 수 있다. 모든 메뉴의 양은 비교적 적은 편인데, ‘바’를 중심으로 음료와 주류가 메인이고, 요리는 곁들이는 역할이기 때문. 바에서 주문을 받고 그 자리에서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재료는 모두 로컬 공급자에게 받아 사용하는데, 프랑스식 소시지인 소시송은 <소금집>, 커피는 성수동 <로우키>, 베이커리류는 한남동 <콘디토리 오븐>에서 제공받는다. 고풍스러운 1920-40년대 유럽 감성을 담은 인테리어는 현지 벼룩 시장에서 구한 소품들로 완성했다. 틴 실링, 아랫 부분이 곡선을 이루는 스툴과 테이블, 벽돌 모양의 벽지 등 그 시대의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크로크마담’은 프랑스 광부들이 식사 대용으로 먹던 빵인 크로크무슈의 변주 메뉴다. 캉파뉴 빵에 베샤멜 소스를 바른 후, 15개월 이상 숙성한 파르마 프로슈토 치즈를 골고루 뿌린 크로크무슈에 서니사이드 에그와 파르메산 치즈를 추가로 얹었다. 바삭한 빵의 식감과 씹을수록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 런치 타임까지 주문 가능하다.
디너 메뉴인 ‘꼬꼬뱅’은 ‘와인에 빠진 닭’이라는 뜻의 프랑스 전통 스튜다. 닭을 레드와인에 3일간 마리네이드해 속까지 배게 한 후, 베이컨, 양송이버섯, 샬롯, 펜넬 시드를 와인에 조린 소스를 듬뿍 뿌렸다. 짙은 갈색 빛깔의 닭을 한입 물면 2019년산 보르도 와인의 검은 과실 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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