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맛남] 고기 요리와 한국 술의 이유 있는 만남

가을이 낳은 산해진미 가득한 한식 밥상엔 역시 우리 술만 한 게 없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노릇노릇한 콩전에는 청량한 탁주를, 짭조름한 갈비조림엔 토종 머루로 담근 레드와인을, 쌉싸름하고 고소한 소고기 더덕말이에는 향긋한 우리 약주를 곁들여보면 어떨까? 한식과 어우러진 우리 술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앞선 기획에서 소개한 연령별 고기 요리 추천 레시피를 바탕으로 최정욱 소믈리에가 각 요리별로 맛과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는 우리 술을 엄선했다. 국내에 수제 맥주 붐을 일으킨 브루어리의 개성파 막걸리부터 농가형 와이너리 1세대가 대를 이어 양조하는 머루 와인, 국내 1호 누룩 명인이 빚은 약주까지, 맛은 물론 스토리도 다채로운 가을의 낭만 술상을 차려 보았다.

 

돼지고기 콩전 × 어메이징 브루어리 마크홀리

맥주 효모로 만든 청량한 질감의 막걸리

 

초가을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다 말다 하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우산을 가지고 다니기 번거로워 챙기지 못한 날은 꼭 비를 만난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서 쫄딱 젖을 바에는 차라리 비도 피할 겸 가까운 식당에서 막걸리 한 사발 걸치며 기다리는 것도 나름의 운치를 즐기는 방법이다.

 

비가 잦아들길 기다리며 막걸리와 함께 즐길 만한 음식이라면 두말할 필요 없이 전이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갓 수확된 콩으로 부친 돼지고기 콩전이라면 가을의 풍미를 물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콩을 갈아 만든 콩물에 파, 돼지고기를 넣어 노릇하게 부친 콩전은 꼭 비가 오지 않는 날이라도 앉은자리에서 두서너 개는 금세 먹게 되는 좋은 안줏거리다.

빗속 공기가 눅눅해져 몸과 마음이 다소 무겁게 가라앉아도, 팬에서 치익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콩전을 바라보고 있자면 기분이 괜스레 보송보송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전을 부칠 때 나는 고소한 향은 식전이든 식후든 상관없이 식욕을 돋우며 술을 부른다.

 

콩전과 잘 어울리는 막걸리는 무엇일까? 근래에 마신 막걸리 중 아주 재미난 제품을 추천하고 싶다. 이름은 ‘마크홀리MARK HOLY’, 외국인이 막걸리를 발음하는 듯한 이름을 지닌 이 제품은 특이하게도 맥주 회사에서 개발했다.

 

 

성수동에 위치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한국 수제 맥주의 선두 주자로, 첫사랑, 서울숲, 진라거 등 개성 있는 제품들로 서울에 수제 맥주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이들이 맥주 효모를 사용해 만든 막걸리가 바로 마크홀리다. 재미나게도 25세의 외국인 마크홀리 씨가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한국 막걸리에 반해 ‘홀리워터(성수동의 ‘성수’를 영어로 푼 이름) 양조장’을 만들어 개발했다는 너스레 섞인 스토리텔링도 지녔다.

 

마크홀리는 두 가지 라인업이 있다. 알코올 도수 6% 가벼운 질감의 막걸리, 그리고 알코올 도수 10%로 좀 더 묵직한 질감의 막걸리가 있다. 두 제품 모두 너무 무겁지 않은 막걸리의 맛을 잘 살렸기 때문에 고소하고 기름진 콩전과 잘 어울릴 듯하다.

 

 

맥주 효모를 사용해서일까? 가볍고 깔끔하면서도 청량한 맛이 유독 상쾌하게 느껴지고, 걸쭉하지 않은 질감과 부담 없는 단맛의 향취로 연거푸 몇 잔을 들이켜도 부담이 없다. 분위기에 맞춘다면, 비가 곧 갤 것 같은 날씨엔 좀 더 가벼운 6%를, 비가 좀 오래 내릴 것 같으면 10%의 마크홀리를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돼지 등갈비 밤조림 × 너와마을영농조합 끌로너와 머루 드라이 와인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머루 와인의 매력

 

지난 추석은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여서 많은 사람들이 아주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을 듯하다.

갈비조림은 명절 상차림에서 어머니가 정성스레 준비해 올리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그 이유에서인지 갈비조림에는 늘 가족을 생각나게 하는 따스한 느낌이 있다. 레드와인과도 무난하게 어울려 가족과 함께 모처럼 한잔하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조리해야 하는 갈비조림이 오른 밥상은 단순히 배고파서 한 끼 뚝딱 만들어 먹는 보통의 식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고기의 핏물을 빼고, 다시마 육수를 내서 양념을 만들어 은근한 불에 졸이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양념이 잘 밴 고기와 달콤한 밤을 함께 씹을 때 풍미를 더욱 높여줄 한국 와인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나라 토종 포도인 머루를 발효해 숙성시킨 너와마을영농조합의 끌로너와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너와마을영농조합은 강원도 삼척, 일교차가 큰 해발고도 600m 산지에서 재배한 머루를 우리나라 전통 토기인 옹기에 숙성시켜 품질 좋은 머루 와인을 만들고 있다.

 

양조장 건물은 특이하게도 나무껍질로 지붕을 엮은 너와집으로 이뤄졌다. 이곳의 와인 메이커인 김덕태 대표는 우리나라 농가형 와이너리 1세대로, 30년 넘게 양조에 매진하여 드라이 와인, 스위트 와인, 사과 와인, 머루 식초 등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머루는 알이 작으면서 껍질이 두껍고, 신맛이 강하면서 숙성 잠재력이 좋아 외국의 와인들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와인을 만드는 재료가 되고 있다. 머루 와인은 숙성 전엔 신맛이 너무 세서 마시기 불편하지만, 1-2년 정도 숙성을 거치면 유산 발효를 통해 부드러운 맛이 두드러지게 된다. 3-5년 숙성되면 깊은 풍미와 함께 복합적인 맛을 낸다.

 

우리나라 머루 와인은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질 때 좀 더 특징이 두드러진다. 드라이 머루 와인도 좋지만, 미디엄 드라이 정도의 머루 와인이 한식과는 더 잘 맞는다. 간장이나 고추장 베이스 소스를 많이 사용하는 한식의 특성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특히 끌로너와 머루 와인은 드라이하면서도 너무 떫거나 쓴맛이 나지 않는다. 저온 발효와 옹기 숙성을 통해 머루 자체의 맛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숙성을 통한 부드러움과 천천히 공기와 접촉한 산화취가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국내외 통틀어서 와이너리는 가족 경영 형태가 많다. 농업과 제조업에 마케팅 등의 서비스업이 공존하는 와인메이킹은 신구 세대가 함께해야 더 시너지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를 부여해서라도, 가족과 함께 즐기는 갈비조림엔 가족이 대를 이어 만드는 너와마을영농조합의 머루 와인을 곁들인다면 더욱 즐겁지 아니할까?

 

소고기 더덕말이 ×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청명주

화이트와인에 밀리지 않는 반전 매력의 약주

 

찬 바람이 부는 가을에 접어드니, 삶거나 쪄서 땀을 흘리며 먹는 여름용 보양식이 아닌, 좀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보양식을 찾는 이가 많다. 더운 여름을 잘 넘긴 기념으로 가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식과 술을 즐기는 호사도 누려볼 만하다.

 

 

더덕은 뿌리채소를 즐겨 먹는 한국인이 특히 사랑하는 가을 식재료다. 첫 향은 쌉쌀한 맛이 느껴지지만 씹을수록 단맛과 함께 복합적인 맛이 느껴지는 더덕의 매력을 외국인들도 더 많이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으로도, 무치기도, 굽기도, 지져 먹기도 하는 더덕은 그 자체로 좋은 음식이 되지만, 육류와 함께 조리하면 특유의 쌉쌀함과 알싸한 맛이 육류의 고소한 맛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며 다채로운 변주를 보인다.

 

이런 더덕을 활용해 만든 소고기 더덕말이는 ‘한영석의 발효연구소’에서 만든 청명주 한 잔과 곁들이면 무척 좋겠다. 쌀로만 빚었는데도 과실 같은 청량함이 가득한 술이다.

보통 청명주는 충주가 유명한데, 한영석이라는 양조자가 충주가 아닌 정읍에서 청명주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로 구분 짓기 위해 이 술을 ‘한영석 청명주’라고도 부른다.

 

‘왜 정읍 청명주가 아니라 한영석 청명주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좋은 질문이다. 누룩 명인으로 지정될 만큼 누룩 연구와 양조에서 유명한 인물이라 지역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청명주는 발효를 두 번 한 이양주로, 차별화된 누룩으로 저온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다. 불린 쌀과 청명 절기의 물을 사용해 맑으면서도 독특한 맛이 특징인데, 대체 어떤 원리로 이런 맛이 나는지 한마디로 그 비밀을 유추하기가 어렵다.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이 술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물인지, 누룩인지에 대해 서로 논쟁을 벌일 만큼, 그 원리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좋은 재료, 맑은 물에 적절한 발효 방법과 양조 기술이 갖춰진다면 당연히 좋은 술맛이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영석 청명주는 그런 요소를 모두 갖춘 술이다.

 

 

복잡한 설명을 늘어놓기보다는 우선 한 잔을 마셔보자.

맑은 첫 맛은 다양한 과실 향과 함께 약간의 신맛이 도는데, 이 부담스럽지 않은 신맛이 입안에서는 오히려 가볍게 느껴지는 반전이 매력이다. 우리 약주의 매력이 맑음, 그리고 다양함이라고 한다면 한영석 청명주는 그 정통적인 면모와 반전이 공존하는 술이라 더 재미있다.

식음업장에서는 손님들이 우리 약주보다 외국의 화이트와인이나 일본 청주를 더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영석 청명주와 같은 수준의 약주라면 다른 외국 술과는 차별화된 매력으로 충분히 승부를 겨뤄볼 만하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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